2025년 1월 18일 토요일
연하장 재개
2025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을사년 뱀띠입니다.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화제가 되는 일이 연하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 카드도 연하장도 보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일본은 우체국 직원이 역근처 광장에서 연하장을 판매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도 몇년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일본에 돌아와 월세 아파트에 살게 되었던 해는
지인들에게 소식도 전할겸 연하장을 30장 보냈습니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연하장도 컴퓨터로 작성해서
주소도 내용도 프린터로 인쇄한 사람들이 늘어갔습니다.
그런데 내게는 프린터가 없기에 늘 주소부터 내용까지 전부 손으로 썼습니다.
글자만 적기에도 너무 밋밋하고 재미가 없어서
장미나 동백꽃등 꽃그림을 그려 색칠을 한 연하장이었습니다.
몇년동안 연말이 되면 정기 행사처럼 우체국에 가서 연하장을 사고
보낼 사람을 선택하고 어떤 그림을 그릴까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만화책을 뒤적거렸습니다.
연하장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변함없이 연하장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연하장을 받을 때마다 그 사람이 자신의 인간 관계속에서
나를 기억하고 연하장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감동했습니다.
그러나 변함없는 일상이 계속 되면서
그런 정기적인 행사까지도 소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년에 한번 연하장으로 연결된 인간 관계에 대해서도 회의가 들면서
점점더 연하장 수가 줄어들고 일일이 손으로 주소며 내용을 적는 것도 귀잖아지면서
몇년전부터는 아예 연하장 보내는 것을 중지했습니다.
연하장을 주고 받는 대상은 대부분 신학교 동급생이며 교회 관련된 사람들입니다.
연하장을 받아도 답장을 안 했더니 점점더 연하장수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내게 꾸준히 연하장을 보내준 동급생이 둘 있습니다.
연하장을 받을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답장은 안 하고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매년 변함없이 연하장을 보내주었던 신학교 동급생
두 사람의 연하장도 올해는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외출할 때마다 우편함을 확인하지만 늘 광고지며 전단지만 들어 있습니다.
이제는 작년이 되어버린 2024년 연말 단톡방에
큰딸이 "연하장 부탁합니다"라며 자기집 주소를 적어서 올렸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연하장을 요구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웃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똑같은 문장을 쓰고 주소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몇년만에 우체국에 가서 연하장을 10장 샀습니다.
버리지않고 보관했던 연하장을 살펴서 보내고 싶은 사람을 선정했습니다
주소를 기록하고 예전에 샀던 만화책을 들춰서 연하장에 그릴 그림을 선택해습니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사인펜으로 색을 칠하고 여백에 신년인사를 적었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첫날 우편함에는 큰딸과 큰아들이 보낸 연하장이 두장 들어있었습니다.
동급생중의 1명에게 보낸 연하장은 주소불명으로 되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신학교 졸업후 일년에 한번 연하장으로 연결되었던 가느다란 인연의 끈은
계속하려는 수고와 노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만남도 세월과 함께 자연소멸되어간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그 관계를 유지하려는 마음이 있느냐에 달려있는것도 같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여유가 사라지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자주 만나거나 연락을 하지 않으면 결국 흐려져 가는 기억과 함께
그 존재마져 기억속에서 지워지는 것은 아닐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존재인 잊혀진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기억속에 남아 있다면
완전히 죽은 존재가 아니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연하장으로 이어지는 존재라 할지라도
그런 가느다란 인연으로나마 이어지는 것이
완전히 기억속에 잊혀진 존재보다는 훨씬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연하장을 보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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